잠에서 깬 나타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만 벌써 세 번째다. 아직 바깥바람은 차가웠고, 별빛은 영롱하기 짝이 없었지만, 나타의 머릿속은 온통 불안과 고통에 잠겨있었다.
"젠장, 제기랄. 이게 도대체 뭐야!"
잠들어야만 했지만, 잠들기가 두려웠다. 도대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꿈인데도 왜 이렇게 생생하게 와닿아야했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자식, 그 버러지 자식 때문에 시작된 일이다. 그 멍청한 버러지 자식 때문에...
괴롭고 뒤숭숭한 마음을 품은 채 나타는 방 한 켠의 창가로 향했다. 잠자리에서 웃통을 드러낸 채 멀리 보이는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던 나타는, 그대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밤새 그를 괴롭힌 꿈 속에서 만난 존재는 이미 그도 깨닫지 못한새 잊혀졌지만, 꿈에서 그 존재를 만났던 순간 느꼈던 감정만큼은 쉽사리 떨쳐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바라고 원했지만, 결코 이룰 수 없을 것만 같은 꿈이었다.
"......"
최대한 감정을 죽인 채 나타는 근처 공원으로 뛰어갔다. 지금의 이 마음을 달랠 방법이라고는 그것뿐이었기에 그는 도착한 공원을 고독한 발걸음으로 뛰기 시작했다. 뛰는 발걸음마다 밟히는 흙소리, 공원을 감싸고 도는 나무와 잔잔히 스쳐가는 바람이 만드는 하모니, 그리고 그 속에서 조용히 합창하는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잔잔히 귓가를 감싸고 돌면서 나타를 천천히 진정시켜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공원을 돌던 나타는, 잠시 공원 어귀의 벤치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후우... 제길."
분명 털어낸다고 털어낸 것 같지만, 아직 나타의 마음 한 켠에는 정리되지 않은 무언가가 그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나타는 느낄 수 있었다. 답답한 마음을 품은 채 나타는 다시 발걸음을 집으로 향해야만 했다.그리움, 갈망, 아련함, 고독함. 나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이 다가와 나타를 혼란스럽게 했다. 외롭게 싸워야만 했고,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던 자신만의 삶. 그리고, 그 찢긴 삶의 상처 속으로 들어온 누군가로 인해, 나타는 흔들려가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이 하늘... 별빛..."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두려움과 아픔에 몸서리를 쳐야만 할 것임에도, 그는 자야만 했다. 모든 걸 뛰어넘을 단 한 가지 진실이 그 꿈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