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가 이루지 못한 것들을 나라고 주장하는 놈이 이뤄준다는 말같지도 않은 말이!
- 난, 당신의 안에 잠자고 있었어, 그가 와서 날 다시 일으켜주기 전까지는.
누가... 누가 널 일으켜줬다는거지?
- ...난 당신이면서, 당신이 될 존재. 당신이 나를 모르는 건 당연해. 받아들여.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으니까.
빙빙 돌려 말하지 말고 당장 너의 정체를 드러내란 말이야! 도대체 나이면서 내가 될 존재라는 건 무슨 헛소리야!
- 내 손을 잡아. 널 날게 해줄 수 있으니까. 널, 끌어안아줄 수 있으니까.
...네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 이상, 난 너에게 나를 맡길 수 없어. 이건 내가 선택한 일이야. 네가 어떤 수작을 부려서 날 어떻게 해보려는 생각인지는 몰라도! 너 같이 알지도 못하고 알 필요도 없는 녀석에게 나를 맡기지 않을 거라는 걸! 잘 기억해둬!
- ......크하하하하하하하. 역시 그렇구나. 넌 나약하기 짝이 없는거야. 지금까지 네 안에 내가 잠자고 있어야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그래, 됐어. 난 이제 너와 함께 있을 이유가 없는거야. 어짜피 네가 아니어도, 난 이제 새롭게 일어날 수 있어. 나약하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몸뚱어리는 버리고, 새롭게! 더 완벽하게! 태어날거야. 알겠어?!
"...허억허억허억"
꿈이었다. 견딜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을 지나온 악몽. 며칠째 수시로 괴롭혀온 편두통으로 제대로 잠도 못 이루던 세하지만, 잠에 들었다가도 이런 악몽으로 인해 깨어나기를 반복한다. 게다가... 오늘의 악몽 끝은 왠지 이상했다. 그림자의 마지막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몸 속에서 빨려나가듯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