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의 거대한 흐름 앞에 육체와 정신이 무너져내리는 와중에도, 단 한 순간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최후의 결계를 쳐내고 쓰러진 아이.
"미스틸테인! 쓰러지지 마! 같이 갈 수 있어!"
"아, 아니에요! 다들 빨리 도망쳐야해요! 여기는 제가 맡을 수 있어요. 차원종을 없애는 건... 제 사명이란 말이에요!"
"그까짓 사명에 네 소중한 목숨을 바치지 마! 다른 사람들은 어찌됐던 넌 끝까지 그 사명만 바라봐야하는거야? 왜?!"
"......"
"미스틸!"
"세하 형, 그동안 고마웠어요. 전 지금까지 차원종들을 사냥하면서 사람들을 지켜온 순간들이 너무 행복했어요. 제 사명을 지켜왔다구요! 이제 와서 다른 사람들을 버리고 제가 여길 도망치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위험해질걸 미스틸은 알고 있어요! 전 마지막까지 싸울거에요. 차원종을 남김없이 사냥해서 사람들을 지켜낼거라구요!"
"미스틸! 그건 네가 돌아와서도 우리가 힘을 합쳐서 해낼 수 있는 일이야! 지금은...!!"
"이세하, 그만 둬."
"아저씨! 저 아일 왜 저렇게 내버려둬야하는데요?! 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요!"
'퍽', 제이의 가슴팍을 강하게 내리치는 세하다. 지하 연구소 플레인게이트, 차원의 간극이 무너져내린 공간. 그리고, 사명의 끝에 닿은 한 소년의 행복한 목소리가 울리는, 잔인한 운명의 종착지.
"나도... 정말... 받아들이고... 싶지 않단 말이다 이세하!!!"
'퍽', 이번엔 제이가 세하를 벽으로 밀쳐낸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슬비와 유리는 얼어붙은 채 그저 눈물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슬비는 미스틸의 방향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경기를 일으키며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
"잘 들어, 지금 이 차원의 간극이 무너지는 순간, 이 연구소와 건물, 신서울은 물론이고 세상이 무너져! 나라고 저 꼬맹이가 저러고 있는 걸 방치하고 싶은 줄 아는거냐?!"
"그러면 왜요! 왜 저 아이여야만 하는건데요!"
"...저 아이일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왜요! 왜 미스틸이 저렇게 돼야만 하는거에요!!"
"...지금은 받아들여줘. 나도 미칠 것 같단 말이야! 네가 18년 전의 그 날을 알지 못한다면! 제발 그만! 그만 좀 애처럼 굴고 제발 좀 받아들여달란 말이야!!"
제이가 무릎을 꿇는다. 버틸 수 없는 아픔이 가슴팍을 찌르고 들어온다. 이 아픔,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 아픔이 다시금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세하가 벽에 기대 쓰러지듯 서서 미스틸을 쳐다본다. 이미 미스틸의 몸은 천천히 분해되듯이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몸 속에 잠자고 있던 가공할 힘이 차원의 간극을 서서히 메워가고 있었다.
한 아이의 무너짐이, 세상의 기둥이 되었다. 그리고, 아이는 웃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지을 수 없는 환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