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로코롬 조로코롬
아 그러니께 그래설라무네
그래서 그렇게 고런 꼴로 되었다
아 이 말씀이다 이겁니다 낱세낱세
낱세 파세요 낱세 헤헤...
이렇게 요롷게 조롷게 고렇게해서 그래설라무네
'쨘! 나타와 세하가 한 집에 살게 되었습니다!'
가 된 이후 첫 대형마트 쇼핑. 기본적으로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걸 챙기겠다고 세하가 나타를 반짐꾼삼아 끌고 왔지만, 나타는 매우 시큰둥하고 귀찮다는 표정으로 여기까지 따라왔다.
"버러지, 네가 그렇게 힘도 없고 미약한 놈이진 않잖냐? 난 저기 앉아서 그냥 가만히 있을테니까 알아서 하고 와."
"뭐, 그러려면 그래도 상관은 없긴 한데, 밥은 내가 한다?"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겠어. 잘 생각해보라는거지."
그리고 나타가 곰곰히 생각해보니, 겉으로 티는 나지 않았지만 이 동거가 성사된 이후로 집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주도권이 나타에게 없다는게 은근슬쩍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가사일에 특화된 세하와 달리 나타는 그런 것에는 전혀 무지몽매했기 때문에 그저 세하가 시키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빨리 앞장서 버러지."
"좋아! 그럼 일단 앞으로 냉장고에 비축해야할 것들을 좀 고민을 해보자고. 매일 인스턴트만 먹고 살 수는 없잖아? 일단 밑반찬거리부터 좀 찾아보고."
마트 카트를 끌고 들어가는 세하와 나타. 나타에게 카트를 맡겼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장담을 할 수 없었던 세하는 그냥 본인이 카트를 끌고 다니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의 차림과 조합에 주변에서 어색하고 신기하다는 듯이 조금씩 웅성웅성댔다만, 그런 것에 익숙한 세하와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는 나타는 무심하게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어이."
"어? 왜?"
"......"
세하와 함께 마트를 종횡무진하던 나타가 갑자기 어느 한 구석에 멈춰서는 세하를 불렀다. 세하가 무슨 일이냐며 되물었지만, 나타는 더 이상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이 강렬하게 닿고 있는 곳은...
"뭐, 냉동피자?"
"...빨리 가라. 재료 사야한다고 하지 않았냐?"
세하의 재차 되물음에 나타는 애써 대답을 회피한 채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이 세하 눈에는 너무 빤히 보여서 웃기기 짝이 없었다. 애써 피자로부터 시선을 돌린 나타가 헛기침을 하면서 세하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럼 이제 뭘 사야하는거냐 버러지?"
"아직 시작도 안 했거든?"
"지금까지 여기 와서 뭘 한거냐 그럼?"
"...다 너 때문이거든?"
가벼운 티격태격이 이어지는 두 소년이다. 다시 가벼운 발걸음으로 카트를 끌고 다니기 시작하는 세하. 그 뒤를 귀찮은 듯이 졸졸 따라다니며 귀나 가볍게 후비고 있는 나타. 세하는 무심하게 채소를 집어들어 카트에 넣고, 생선을 챙겨서 넣고, 고기를 챙겨서 넣...
"...나타 뭐하냐?"
"...아니다, 됐어."
흘리듯 말하는 나타를 바라보면서, 또 뭔가를 본... 것이라는 세하의 직감이 맞았다. 육류 코너 인근에 있는 조리식품 코너에, 대형마트답게 많은 양을 자랑하는 커다란 치킨박스가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강렬하게 코끝을 스치고 대뇌 전두엽까지 관통하는 치킨 냄새의 흐름 앞에 나타의 시선이 점점 흐려지며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세하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면서 나타가 쳐다보고 있던 치킨을 쳐다보...
두 사람의 카트에는 크고 맛있어보이는 치킨 한 박스가 사뿐히 놓여있었다.
'아무렴... 뭐 어때, 괜찮아 이거 하나 정도는!'
과소비를 안 하려고 했지만 결국 애써 자신을 위로하며 치킨을 사기로 마음을 먹는 세하였다. 나타도 왠지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뿌듯함이 있었는지 연신 휘파람을 불어대며 기분 좋음을 은근슬쩍 티냈다. 못마땅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는 세하다.
다시 필요한 물품을 찾아 돌아다니는 세하와 나타, 이번에는 주방용품 코너로 움직이기로 한다. 필요한 그릇이나 접시, 주방기구들을 사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이동하는 길 사이에는 길고 넓은 과자코너가 있었고, 나타는 또 무심한 척 걸어가는 듯 보이다가, 세하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그대로 매콤달콤한 과자 하나를 집어다가 카트에 툭 얹는 것이다.
"...뭐야?"
"별거 아니다."
"아니긴 뭘 아냐? 누가 이런거 챙기랬어."
"그냥이다. 어짜피 이건 너도 좋아하는 과자 아니냐 버러지?"
"아니, 그 물론 나도 이 과자 좋아하...긴 하는데! 오늘은 이런거 사려고 온 날이 아니잖아."
"...생각을 해줘도 이 모양이라니, 쓸모없는 놈."
"...?? 그래도, 안. 돼. 빨리 갖다 놓자."
단호한 거절에 갖은 인상을 모두 끌어모아 팍 얼굴에 내비치는 나타를 뒤로한 채, 까탈스러운 세하의 눈빛에 걸려든 과자는 다시 제자리로 웰컴백했다. 온갖 가사에 통달한 세하의 레이더망에는 나타가 지금까지 한 모든 행동이 다 맘에 안 들었다(단 하나만 빼고). 애초에 짐꾼을 하려던 계획도 나타가 결국은 끝끝내 싫다고 한 탓에 시키지 못한 것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혼자 오는게 나았을까 싶은 짜증도 조금씩 났다.
"나타."
"왜."
"너, 밥 먹기 싫은거야?"
"뭐냐 그 말은."
"너 좀 잘 생각해보라고. 같이 산다고는 하지만 어짜피 집안일은 내가 더 많이 할게 뻔한데,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하지."
"지금 이 나타에게 밥을 가지고 위협을 하겠다는거냐?"
"아, 위협은 아니고 말이지. 그저 같이 사는 입장에서 서로 돕고 살면 좋지 않겠나 하는거야."
그렇게 나타에게 말을 마치고 뒤돌아서는 세하를 보면서 나타가 다시 한 번 얼굴을 한껏 찌푸린다. 밖에서는 몰라도 집에서의 집안일에 대한 주도권이 세하에게 있음을 역시나 부인할 수는 없었다. 어짜피 밤이 되면 서로 공수를 주고 받는 사이라고는 해도, 인정하기는 싫었지만 낮에는 분명히 세하가 공의 입장이긴 했다.
"이리 내놔."
"응? 뭐?"
"그, 그거 말이다. 까토? 까뜨? 어? 그거 말이다."
"아 이거 카트? 웬걸 갑자기?"
"그냥. 이렇게 떠맡아주기로 할 때 맡기는게 좋을거다."
"뭐 그래. 맡아준다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지."
의외의 눈초리로 나타를 쳐다보면서 세하는 카트의 운전대를 나타에게 넘겼다. 지루한 표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들을 이루지도 못하는 채 끌려다니느니 차라리 카트라도 끌고 다니는게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런 어색한 모습의 나타가 익숙하지 않은 세하가 약간 어벙하게 붕 뜬 사이, 나타가 무작정 카트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의 안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주행 덕분에 지나가다 애를 툭 쳐서 울리고 진열된 물건 한 켠을 건드려 조금 무너뜨리기까지 하는 것이다. 죄송하다며 뒷수습을 하던 세하가 나타를 불러세워 얘기했다.
"야! 나타! 야 됐으니까 이리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다 버러지. 내가 이 정도도 못할 거라고 보는거냐?"
"어."
"......"
그리고, 카트는 조용히 세하의 손에 넘어가있었다. 다시 할 일 없이 지루하게 뒷목에 깍지나 끼고 있는 나타가 세하는 괜히 신경이 쓰이던 찰나, 나타의 레이더망에 걸려든 것이 또 하나 있었다. 마트를 빙글빙글 돌면서 두 번째로 찾아온 육류코너 근처에, 스테이크 팩을 파는 자리가 있었던 것이다. 성큼성큼 다가간 나타는 벌써 마음에 결정을 내린 상품이 있었던 모양이다. 혀를 불태울 듯한 빨간 빛이 매력적인, 청양고추 가루가 첨가된(근데 그걸 도대체 왜 넣는거야) 스테이크 팩이었다.
"...또냐?"
"어이 버러지, 필요한 걸 사는 것도 사는 거지만 즐길 건 즐겨야하지 않겠어? 답답하게 굴지 말라고."
그 말을 들은 세하가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줘봐."
"뭐냐? 다시 제자리에 갖다놓으려고 하는거냐?"
"줘보라고."
"뭔데?"
"아 그냥 줘보라고!"
신경전에 진절머리 난 세하가 소리쳤다. 그딴 화에 조금만큼의 관심도 없다는 듯이 나타가 세하에게 다가가 청양고추 스테이크 팩을 넘기려는 순간, 팩을 받아든 세하가 팩을 카트에 휙 던져넣더니 나타를 덥석 잡아 껴안았다.
"...안아줘보라고."
"......"
집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손이 무거웠다. 결국 나타의 근성에 백기를 든 세하가 나타가 원했던 냉동피자며 과자며 그냥 다 챙겨다주고 만 것이다. 약간은 상기된 찌푸림으로 걸어가던 나타가 문득 세하를 향해 말했다.
"버러지, 결국 이럴거면서 왜 안 된다고 했던거냐?"
"음, 그냥."
"그냥이 뭐냐. 그냥이라는게 존재할리가 없잖냐."
"그냥 음... 그동안 살면서 이런걸 아끼고 살아라 하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말이지. 그런데, 너랑 있으려고 하니까, 지금 당장은 굳이 그럴 필요가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
"...크큭... 고작 그 이유였던거냐?"
나타가 자신의 짐을 한 손에 몰아쥐고는 세하의 허리를 퍽 쳤다. 나타보다 더 많은 짐을 들고 가고 있는 세하는 이렇다할 저항도 못 하고 나타의 괴롭힘에 당해야 했다.
"엇, 엌... 야, 야야! 그만 좀 해!"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안 쓰고 살았단 말이냐."
"야, 말도 마라! 월급 받으면 꼬박꼬박 부모님 통장으로 들어가는데 어떻게 막 사냐!"
"크크큭... 아직 어렸구만 이 버러지. 이 나타가 좀 큰 사람의 세계를 보여줄까?"
"...집에 가서 빨래나 할 준비나 해."
"......(퍽)"
"으앗! 야, 그만 안 해?!"
걱정도 고민도 많은 출발이지만, 그래도 두 소년이 함께 걸어가는 길을 비춰주는 석양만큼 따뜻한 분위기가 둘을 감싸는 것만큼 든든한 것이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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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amM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