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를 노린 습격이 있고 며칠이 지나고, 잠시 유니온의 보호관찰 속에 학교로 나오지 않던 나타가 학교로 나오게 되었다. 검은양팀에게도 관련된 내용이 전달되었지만, 그 때 당시처럼 돌발적인 나타의 행동이 있을 경우 확실한 보호대책을 강구하기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나타의 교복에 달려있던 구속력 제한을 일정부분 더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김유정은 검은양팀 멤버들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면서 그들을 믿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했노라고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어째 찜찜한 기분을 떨쳐낼 수는 없는 것이다.

나타가 돌아온 것을 본 C반의 다른 학생들은 애써 나타를 신경쓰지 않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아무래도 나타의 과거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알려진 바는 당연히 없지만, 모습과 분위기에서 풍겨져오는 인상이 결코 긍정적이진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기는 모양이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교실 분위기지만, 한 구석의 공기만 괜시리 무겁게 느껴졌다.


- (작은 목소리로)나타! 그 때 일은 괜찮은거야?

분위기를 무마해보기 위해 유리가 작은 목소리로 나타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정 많은 유리는 나타의 피습 이후로 줄곧 걱정을 해온 탓에 나타가 돌아오자 한 번 물어보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그에 비해 나타는 그런 것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하지만...
예상대로 굳이 입을 열지 않는 나타를 보면서 유리는 못내 걱정을 떨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수업 중간중간 쉬는 시간만 되면 나타에게 장난을 걸기 위해 노력하는 듯 했지만, 그다지 쉽게 마음을 열 생각이 없는 나타에게는 그저 귀찮고 짜증나는 짓이었을 뿐이다. 점심시간이나 몇몇 쉬는 시간에는 슬비도 와서 사명감에 찬 걱정어린 얘기를 조금 해주었지만, 역시나 나타의 반응은 귀찮다고 석연찮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어째 그런 반응 중간에도 세하를 힐끗 쳐다보는 행동이 계속 됐는데, 그러지 않을 나타라는 놈이 갑자기 그런 모습을 보이니 세하도 신경쓰지 않을래야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 이 자식은 그래도 나한테 뭐 고마울 수 있는 감정이라도 있는건가? 나도 저 놈 귀찮은데...

그렇게 신경쓰이고 불편한 학교의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어갈 쯤...

- ...야, 이세하.
- 왜?... 어? 뭐라고?
- 널 불렀다. 뭐 특별한거 있냐?
- ...아냐 아니, 왜 부르는건데
- 잠깐 따라와봐라.

잠시 주저하던 나타가 세하의 옷깃을 부여잡아 끌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벙해서 그대로 끌려나간 세하에게 나타가 말을 건넸다.

- 너, 어디 사냐?
- ...ㅁ...뭐? 뭐라고?
- 어디 사냐고 물었다. 짜증나니까 빨리 말 해.
- 아니 그러니까 그걸 도대체 왜 묻는데?!

당장 며칠 전에 있었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는 세하는 당혹스러움에 반사적으로 거부반응을 나타냈지만, 이어서 떨어지는 나타의 말에 세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 당분간 너네 집에서 있어야 돼. 그 뿐이다.
- ...ㅁ...뭐? 그게 무슨?!
- 한 번에 못 알아들어? 나도 지금 짜증난다고.

말 그대로 있는대로 짜증을 내며 나타는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곧 종례시간이 다가올 것이다. 세하는 생각을 정리했다. 어짜피 다시 또 유정 누나에게 전화를 해봐야 돌아오는 대답은 왠지 뻔할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이번 일로 유정 누나도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니 굳이 또 전화를 해서 이 얘기를 꺼낼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니 패스하고, 당장 이 나타라는 놈을, 그것도 자기 집으로 들여와야한다는 자체가 이해가 안 됐다. 우리 집은? 우리 엄마는 나타가 우리 집에 온다는 상황을 알고는 있는거야?
문득 여기까지 생각이 뻗친 세하는 종례시간인 걸 금새 망각한 채 다시 화장실로 달려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 (뚜르르르르)어 세하야. 무슨 일이니?
- 엄마! 잠깐만요 나타가 우리 집으로 와야한다는게 무슨 소리에요?
- ...나타 잘 챙겨서 같이 오너라.
- 아니 엄마!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거에요?
- 잔말 말고 시키는대로 하려무나. 무사히 잘 데려와. (처커득)

이미 다 알고 계셨...었으니 이런 상황이 펼쳐졌겠지. 라는 생각과 함께 세하가 힘빠진 발걸음으로 다시 교실로 향했다. 이미 다른 반들은 종례를 모두 마친건지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다소 심란한 마음으로 교실에 돌아온 세하는, 아직 가방을 싸서 집으로 갈 준비를 하지 않은 C반 학생들과 담임선생님의 뜨거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떨어지는 불호령.

- 이세하! 어딜 갔다가 이제 들어오는거야! 너 때문에 여기 있는 친구들 다 기다리고 있다!

아뿔싸... 나타 때문에 종례를 잊어버린걸 뒤늦게 떠올리고 하얗게 질린 세하였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잔소리와 함께 종례시간은 30분이나 더 길어지고 말았다. 또한 잔소리를 듣는 내내 세하는 앞으로 나와 벽을 바라보고 손을 들고 있어야만 했다.



팔 아프고 귀 따가운 종례가 끝나고, 슬비와 유리, 테인은 잠시 검은양 동아리방으로 가야한다며 먼저 떠났다. 세하도 동아리방으로 향하고 싶었지만, 일단 나타를 집으로 안내해줘야할 임무가 생겨버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타를 데리고 멤버들과 헤어지고 말았다. 집으로 향하던 중 문득, 이 둘이서 교복을 입고 같은 집을 향하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세하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현실로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으며 순간 소름이 돋고 마는 것이다.

- ...뭐냐, 버러지.
- 아, 아니야 아무것도.
- 방금, 뭔가에 놀라는 것 같았다고
- 신경 쓰지 마. 매사에 귀찮다는 놈이 왜 이런건 굳이 신경쓰는데?
- ...글쎄
= ...도대에 이 분위기는 뭐야

그닥 평소같지 않은 예민한 반응의 나타가 익숙하지 않은 세하는, 역시나 평소같지 않은 분위기의 괴리감을 느끼며 나타를 데리고 집에 도착했다.

- 어서와라. 저녁 먹을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 왔으면 일단 가방 풀고 있어라. 그리고 손도 좀 씻어놓고. 밖에 나갔다 왔으면 항상 먼저 씻으라고 얘기했지?

저녁 시간이 다가오면서 분주해지는 주방이다. 국 끓는 소리가 요란하게 주방을 채우고, 밥상머리에는 평소 봐왔던 2개의 밥그릇이 아닌, 또다른 하나의 밥그릇이 더 자리해있었다. 반찬도 왠지 평소보다 더 많은 느낌이라고 할까. 첫 날이라고 손님맞이를 넉넉히 해주시려는 모양이다. 2층에 위치한 쓰지 않던 집구석의 방 하나는 아침낮 사이에 사람이라도 불러서 한 건지 몰라도 나타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그닥 깔끔히 정리되지 않은 채로 모여있었고, 그 방에 나타가 들어가 가벼운 방 정리를 하고 있었다. 바로 옆 방의 세하도 짐을 풀어놓은 채 침대에 누워 온갖 생각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 세하야. 짐 다 풀었으면 좀 나타하고 나와라. 밥 먹어.

어머니의 호출에 세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바로 옆 나타의 방은 굳게 닫혀있었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니 나타는 방 구석 의자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자신의 무기를 휘휘 돌리고 있었다.

- 야! 나타. 집에서 위험하게 그걸 돌리고 있으면 어쩌라는거냐? 빨리 나와. 밥 먹게.

순간 세하를 향해 쏘아보는 눈빛에 세하는 살짝 움찔했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무심하게 일어나 무기를 손에 챙겨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나타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내려온 세하. 나타는 거실 한구석에 있는 세하네 집 장비 보관함 옆에 무기를 내려놓고 식탁으로 되돌아왔다. 차원전쟁을 관통한 조잡했던 구식 건블레이드 하나와, 짧은 순간 온갖 고초를 겪으며 세하와 함께 성장해온 건블레이드 하나,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말라붙은 핏자국이 담겨있을... 저 쌍검. 희생된 영혼들의 속박이 저 두 검의 운명을 이은 줄처럼 나타를 그토록 짓눌러왔으리라.

- 잘 먹겠습니다
- ......

식탁은 조용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더더욱 조용하게 숟가락과 밥그릇, 반찬그릇이 부딛히는 소리만 부엌을 요란하게 울렸다. 나타는 생각보다 음식을 가리는 편은 아니었다. 있는 반찬이며 국이며 괜찮게 잘 먹는 모습이었다. 물론 나타가 언제나 그렇듯 그런걸 가릴 처지가 있었겠냐마는, 어쨌든 뭐든 잘 챙겨먹는 모습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조금이라도 더 좋은 인상을 갖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법이다. 물론 나타가 그런걸 의도했을리는 만무하지만서도...

- 밥맛은 괜찮았는지 모르겠구나. 들어가서 쉬도록 하렴. 그리고 세하 너는 여기 있는 식탁 모두 정리하고. 설거지 해놔라.
- ...네

2층으로 올라가려던 나타는, 세하가 설거지를 한다는게 문득 궁금해서인지 부엌 정수기에서 물을 한 컵 마시면서 대충 어설프게 서성이고 있었다. 생각보다 의도가 티나는 행동에 세하는 뭐라 할 말도 잊은채 그저 설거지에 집중하기로 한다. 달그락달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평소처럼 여유있는 솜씨로 설거지를 하는 세하. 잠깐 물을 더 마시던 나타는 그 모습을 조금 보더니 바로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설거지과 몇몇 집안일을 마친 세하는 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고, 그 뒤로 나타와 세하 모두 방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다. 물론 세하의 어머니도 둘을 찾는 일은 딱히 없었다.

뜬금없이 당황스럽고 마음만 심란해지는 하루가 또다시 이렇게 지나가는 것이다.

- 5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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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까지 들고 사라진 나타는 역시나 모든 학교 수업 일정이 끝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학교로 돌아온지 고작 이틀만에 벌어진 사건으로 검은양 멤버들은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그 이후에 있었던 수업내용들을 단 하나도 제대로 귀담아듣지 못한 채 학교 일과를 마쳐야만 했다.

검은양팀이 나타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받은 그 날 그 자리에서 함께 들은 바에 의하면 나타는 벌처스 소속 팀에서 나와 유니온의 지원을 받으며 혼자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무슨 이유로 나타를 혼자 생활하게 내버려두는지 그 속내를 도통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본인이 원한다고 했으니 그 범위까지는 맞춰주기 위해 유니온이 신경써주는 것같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이 벌어진 이상 기존에 나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고려할 때 결코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할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타에 대한 생각을 조금 하다가 문득 걸려오는 전화,

- (뚜르르르르) 어, 슬비야.
- 세하야! 지금 유정 언니한테 연락이 왔어. 나타가 학교를 이탈한 뒤에 갑작스러운 습격을 받고 쫓기고 있대!
- ...뭐,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 나도 지금 정확한 정황은 모르겠어. 한강변 일대에서 너무 노출이 심한 상황이라 자칫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아.
- 알았어, 지금 바로 가볼게.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소식에 세하는 가지고 있던 건블레이드를 꺼내들고 급히 나타가 쫓기고 있다는 강변길로 이동했다. 학교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곳이니만큼 금방 도착할 수는 있었지만, 나타의 도주 실력도 아주 뛰어나서인지 쉽사리 그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던 중 세하는 기존에 강변길에 먼저 도착해있던 슬비와 유리, 미스틸테인을 만났다.

- 세하야! 이 쪽이야!
- 어, 슬비야. 지금 막 와서 둘러보던 참이야. 어떻게 됐어? 나타는?
- 아직 안 보여. 나타를 추적하는 사람들도 동일한 위상능력자인 걸로 예측되고 있어. 그래서 지금 나타가 더욱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는데다가, 나타는 입고 있는 교복 때문에 위상력을 공격에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서 오래 버티지 못할거야.
- 제길... 일단 다들 핸드폰 가지고 있잖아. 흩어져서 찾아보는 수밖에 없겠는걸?
- 알았어 세하야. 테인이는 유리랑 같이 붙어서 움직이도록 하고, 어? 제이 아저씨?
- (슈우웅, 탁) 어이쿠 허리야... 아, 그래. 무슨 일이 터졌다고는 들었어. 여기서 이렇게 머뭇거릴 새가 있나? 빨리 찾아내봐야지. 다들 몸조심하고 가자!

검은양 팀이 모두 흩어졌다. 자신의 힘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는 제약에 걸려있는 나타에게 지금은 굉장한 생명의 위협이 되는 순간이었다. 분명 그를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낸 유니온도 나타에게 이런 운명을 안겨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슬비에게 지시받은대로 도심지 방향으로 향한 세하는, 급하게 움직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건물 옥상 위를 바쁘게 뛰어다니는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타로 추정되는 소년이 그 뒤를 쫓는 추격자 3명에게 위협받고 있었다. 위치는 신논현역 근처. 건물 아래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저 공중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깨닫지 못한 채 여유로운 퇴근길을 맞이하고 있었다.

- 제길... 이 개같은 놈들을 눈앞에 두고도 도망다녀야된다니... 제기랄!!!

계속된 방어와 도주로 지쳐가던 나타가 난데없이 짜증섞인 고함을 질렀다. 나타에게는 지금의 이 위협이 그렇게 없던 일이었진 않지만, 그래도 과거에는 그런 위협에 어느 정도 대항할 수 있는 힘과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유니온에 의해 자신의 능력이 상당부분 묶여있는 탓에 지금은 공격적인 행동에 힘을 쓰려고 할 때마다 오는 전기 통증 때문에 이따금씩 행동에 제약이 오고, 그로 인해 계속해서 추격자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가끔씩 건물을 뛰어넘을 때 통증이 오면, 짜증스럽게도 저 길바닥으로 떨어져 험한 꼴을 당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타에게 전에 없던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심어주고 있었다.

- N-9 보고, 전방 120m 목표물 지속적으로 저항하며 도주 중. 현재 N-11, 14 요원과 함께 3방향으로 목표물을 몰아 목표지점에 도달시킬 예정. 지원은 필요 없... 크앜!

지휘부와 무선 통신을 시도하고 있던 N-9이라는 요원이 허공에서 불의의 습격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정신을 잃은 N-9은 천천히 신논현 거리 한복판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당황한 나머지 두 요원 중 한 명이 N-9을 구출하기 위해 몸을 돌리던 사이

- 흐아아아아압! 받아라!

이세하의 폭발 공격이 N-11의 어깨 근처를 스쳤다. 순간 당황해 준비가 미흡했던 N-11은 세하의 폭발공격으로 어깨에 부상을 입고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 으라앗! 촤! 아다다다다다다!

요상한 기합과 함께 N-11의 등 뒤를 무서운 속도로 타격하는 손놀림이 보였다. 연락을 받은 제이 아저씨가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이다. 뒤따라온 슬비와 테인은 허공 위에서 N-14와 교전을 벌이고 있었다. 유리는 지상으로 낙하하던 N-9를 건져서 멤버들이 있는 건물 옥상으로 착지했다. 나타에게 위협을 가하던 추격자 세 명은 예상치 못한 기습에 모두 확실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제압되었다.

- ...휴, 다 됐구만. 그래, 슬슬 이 사람들 한 번 심문을 해봐야하는건가?
- 일단, 유정 언니께 상황 보고는 다 마쳤어요. 지금 유니온에서 조사를 위한 요원을 급파하고 있다고 해요.
- 그래? 그럼 뒷일은 조사하러 올 사람에게 맡기고 우리는 좀 쉬어도 되는...

그리고 그 순간, 제압되어 옥상에 묶이거나 널부러져있는 추격자들의 몸에서 문득 삑삑하는 카운트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그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정신을 잃지 않은 추격자의 눈이 공포에 질린 채 갑작스러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 ...다들 도망쳐!

제이의 외침과 동시에 검은양 멤버들이 주변 건물로 흩어졌고, 바로 다음 순간,

- 콰앙!

검은양 멤버들이 모여있던 그 건물 옥상에 묶인 추격자들의 몸이 동시에 폭발했다. 갑작스러운 큰 폭발의 여파로 건물 옥상이 파괴되고 그 잔해가 주변으로 휘날렸다. 지상에는 갑작스러운 폭발로 인해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며 여기저기로 대피하고 있었다.
폭발로 인한 후폭풍이 잠시 잠잠해진 뒤,

- ...어이! 다들 괜찮아?
- 네, 덕분에요.
- 이런 제기랄. 짜증날 정도로 귀찮은 상황이로군. 주어진 추격 임무를 실패했다는 이유로 사람을 폭발시켜 죽게 하다니, 누구의 짓인지는 알 수 없어도 정말 속이 다 뒤틀리는 놈들이군.

그리고 그 때, 유니온에서 급파된 조사팀이 도착하여 폭발이 있었던 현장을 허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 어이, 유니온 양반. 이 놈들 죽었다고,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흔적을 보면 무슨 상황이 있었는지는 알테고 말이지.
- ... 또 그들이군요.
- 조사팀 아저씨, 짐작가는 데가 있으신건가요?
- 아, 네. 이세하 요원. 일단은... 여러분도 전해들으셨었겠지만, 나타의 처지를 이렇게 만든 배후세력이 존재했다는거 기억하시겠죠? 일단... 유니온 측도 그런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정보는 알고 있지만, 그들의 방식이 매우 잔인하고 비정하기 짝이 없다보니... 이렇게 임무에 실패하고 붙잡힌 요원들의 경우에는 살려두지 않고 가차없이 이런 식으로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게 하죠. 그런 탓에 그들의 정보를 캐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도 최대한 빨리 도착해서 그들의 죽음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실패로군요.
- ... 이 자들이 나타와 관련되어 있고, 나타를 계속해서 노려서 이런 일을 벌인거란 건가요?
- 네, 일단 현재로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개연성 있는 추측이에요. 좀 머리 아픈 일이긴 합니다.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굉장히 어렵죠.
- ......
- 잘 아시겠지만 나타군을 다시 정상적인 위상능력자로 돌려보내주기 위한 과정 중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절대로 좋지 않죠. 사실 그런 이유가 있어서 나타군을 여러분과 함께 하도록 한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무작정 강요한 건 아닙니다. 나타 본인도 이런 결정이 있기까지 본인의 의사표현이 있었기도 하고요.
- ... 네? 나타가 직접 우리 학교에 오기로 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 그 뿐만 아니라, 이세하 요원이 있는 반으로 가겠다고도, 했었으니까요.
- (일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며) ...나타가 그랬다고요? 도대체 무슨 이유로요? 그 자식 나한테 저번에 만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짜증 섞인 말투로 위협밖에 할 줄 모르는 놈이 왜 날 찾은거래요? 저번에 못 낸 승부라도 내겠다는 심산인거에요? 또 그걸 곧이곧대로 받아준 이유는 뭔데요? 내 의사는 중요하지도 않은거에요?
- 이세하 요원, 지금 나타군으로 인해 느끼고 있을 요원의 불안함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해야할 것이 있어요. 이거는 단순히 학생 한 명이 학교로 전입해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주지받았었겠지만, '작전'이에요. 검은양 팀에서 맡아서 진행해줘야할 일이라는 거죠. 물론 어려움이 따를 겁니다. 유니온에서는 여러분의 능력을 높게 사고 있어요. 신서울의 영웅이라는 칭호가 절대 거저 얻어진게 아니라는 건 여러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겁니다. 나타군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 쪽에서 잘 수습해서 내일부터 다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 ......
- 일단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저는 여기서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검은양 멤버 여러분 모두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이만,

그렇게 조사팀 요원이 떠나고, 폭발의 상흔이 남은 건물의 옥상 위에 남은 다섯 멤버들은 각자의 심란한 마음이 드러난 표정으로 우두커니 한동안 서있었다.

- ...나타는... 물론 일단 무사하겠죠? 아저씨?
- 응, 세하야. 마지막으로 쫓던 요원도 나타에게 근접하기 전에 나랑 테인이가 제압했어. 나타는 최대한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곳으로 잘 도주했을거야. 우리의 역할은 오늘 여기까지인 것 같아. 다들 수고했구, 오늘은 여기서 이만 흩어지자. 내가 유정 언니한테 보고해놓을게.
- 자자, 일단 다들 무사하잖아! 제이 아저씨도 갑자기 나와서 무리하긴 하셨지만(제이: 쿨럭쿨럭) 그래도 우리 모두 아저씨 말처럼 몸만 멀쩡하면 된거잖아. 뒷일은 슬비가 조금만 맡아주구, 나타 걱정 그만하고 우리도 빨리 쉬러 가자! 난 지금 집에 저녁밥이 식고 있다구...
- 그래, 다들 몸조심 했으니 그걸로 된거지. 빨리 쉬러들 가자고. 오늘 들렀어야 할 약재상도 이미 문을 닫았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겠구만.
- 저도 석봉이 형이 가르쳐주기로 한 게임 아직 덜 배웠어요! 빨리 가서 놀고 싶은걸요!
- ...테인아 다른 건 괜찮은데 그건 안 배우면 안 되겠니?

어쩔 수 없는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검은양 멤버들은 일단 뒷일에 대해서는 잠시 접어두기로 한 채 각자의 갈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리고, 그 무렵. 나타는 도망치던 몸을 잠시 한강변으로 옮겼다. 누구였는지 정확한 실루엣을 보진 못했지만, 그런 방식의 공격은 분명히 이세하였다. 그... 버러지같은 놈이 갑자기 와서 자신을 도와준 것이다. 자신에게 온갖 짜증을 유발하는 그 놈이...

- ...제기라아아아아아아알!

한 없는 분노의 외침이 강바람을 타고 하늘로 흩어졌다. 해가 거의 다 져가는 하늘에, 희미한 별빛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 4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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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밤, 평소와 다름없이 게임을 하던 세하의 곁으로 누군가 살며시 찾아왔다.


- 어이 버러지 같은 놈, 오늘에서야 제대로 만나는 것 같은데
- ...? 뭐, 뭐야? 네가 왜 여기에 있는거야?
- 지난 번에 내지 못한 승부를 내기 위해서다. 간다!
- 아 이 자식! 왜 갑자기 멀쩡히 있던 사람을 건드려!

나타의 기습에 당황한 세하는 황급히 건블레이드를 꺼내들어 방어하려 했지만, 어쩐지 그 때와 다르게 압도적으로 힘에서 밀리는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필시...

= 뭐야... 위, 위상력이... 안 나와?

세하의 위상력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일시에 위상력이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김기태 아저씨는 그래도 징후는 느끼면서 위상력을 잃어버렸다며!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 갑자기 위상력이 나오지 않는 건 무슨 이유지? 도대체 왜?!

- 받아랏!
- 크아악!

혼란스러운 세하의 틈을 노린 나타의 일격에 세하가 방 구석으로 나뒹군다. 넓은 방이 아니라 피할 구석은 더더욱 없다. 자세히 보니 급작스럽게 꺼내들어 방어에 사용한 건블레이드는 나타의 위상력에 파괴당한 모양이다. 더 이상 피할 구석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세하는 마지막을 직감했다. 그래도 짧은 생애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나타에게 달려들어 최후의 주먹이라도 갈기려는 그 순간,

- (푸욱)

......

- 허헉... 허억... 허억...

너무나 갑작스럽고 생생한 꿈이었다. 흐르는 이마의 땀을 훔친 채 세하는 게임기의 시계를 보았다. A. M. 03:45. 찬란한 별빛이 유성검 쏘듯이 방구석을 비추는 시간이었다.

- 도대체... 무슨... 꿈인거지... 허억... 허억...

나타와 관련된 꿈을 꾸게 된 것이 도대체 무슨 연유인지 알 수는 없다. 그저 어제 한 번 학교에 전학(? 입학?)인사를 한 걸 봤고, 하루 종일 같이 수업을 들은 것 말고는 없었다. 나타는 어제 하루 시종일관 수업이 지루하다는 태도로 일관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우려했던 사고를 친 것은 없었다. 조용히 본인이 원래 쓰던 무기를 다루듯이 한 손으로 펜을 휘돌리고 있었을 뿐...
혼란스럽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역시나) 게임기를 보던 세하는, 문득 아직도 게임에서 대전 중인 석봉의 계정 접속 상황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래, 지금이 진짜 현실이구나. 난 아직 괜찮은거구나.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시 잠자리에 든 세하는, 2시간 뒤 똑같은 과정을 겪고 똑같이 깨어나 똑같이 거친 숨을 내쉬고 똑같은 방법으로 안도하며 잠자리에 들었... 응? 그럼 석봉은...?!



아침이 되어 주섬주섬 홈메이드 참치마요 삼각김밥 하나를 물고 허겁지겁 뛰어가는 세하. 어머니로부터 일상적인 활동에는 위상력을 쓰지 말라는 절대적인 명령이 있었던 탓에, 사이킥 무브 두세번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학교를 뛰어서, 버스를 타서 가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그렇게 허겁지겁 뛰어가다보면 길을 걸어가면서 왁자지껄 떠드는 같은 학교 학생들, 매일 아침 애완견과의 산책을 즐기시는 머리 벗겨진 배불뚝이 아저씨, 아침 잠이 덜 깬 채로 베란다에 걸어놓은 빨래를 걷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을 볼 수...

- 빨리 빨리 비켜! 나 시간 없다고오!

있을리가.

늘 아침 조회시간에는 늦지 않았던 세하지만, 간밤의 2연속 악몽 소동으로 잠이 왕창 부족했던 세하는 그대로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녹다운이 되어버렸다. 물론 뒤에 있는 석봉도 녹다운이 되기 직전인 상태로, 그렇지만 혼과 열정을 담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

- 세하야, 무슨 일 있었어?
- (힘없는 목소리로) 야, 말도 마... 어제 새벽에 꾼 악몽 때문에 잠을 다 설쳤어...
- 뭔... 꿈이었길래 그래...
- 으... 지금은 얘기할 상황이 아냐...
- 알았다고...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잘도 웅얼대며 대화를 하는 둘의 옆을 귀찮다는 듯이 지나가는 그림자. 바로 어제 C반에 새로 온 나타였다. 하지만 나타가 등장하던 말던 석봉은 그저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세하는 나타의 움직임을 느끼고 온통 피곤한 와중에도 그 새벽 악몽의 여파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타는 세하가 움찔하던 말던 전혀 신경도 안 쓰고(쳐다봤는지도 모른다) 석봉의 뒷자리로 앉아 하릴없이 창문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잠시 뒤에 들어오신 담임선생님도 조회 중에는 애써 나타 쪽을 좀 피하시는 눈치셨다. 아무래도 심정적으로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어제의 일도 그렇고, 간밤의 악몽도 신경쓰인 탓에, 세하는 아침 내내 나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리도 그런 악몽을 꿨었는지 알 방법은 없지만, 계속해서 나타를 향해 시선이 왔다갔다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유리도 나타를 신경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런 세하와 유리의 은근하고 열렬한 관심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타는 오전 수업시간 내내 책과 필기도구를 책상 위에 대충 얹어놓은 채 귀찮다는 듯이 수업을 바라보거나 창문을 바라보는 식이었다. 창문 밖에는 매 체육시간마다 각 반이 돌아가면서 체육 수업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점심시간이 되고 학생들이 줄지어 교실 밖으로 나와 급식실로 향했다. 매번 그렇듯 온 건물이 진동하는 점심시간이었지만, 그런 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타는 교실에 앉아있었다.

- ...나타
- 왜? 버러지.
- ...그 버러지라는 말 안 쓸 수는 없냐
- 버러지한테 버러지라고 하는게 뭐?
- ...너 밥 먹으러 안 가냐
- 귀찮아. 별로 먹고 싶은 마음도 없고,
- ...그래도...
- 맛 없어
= (세하, 유리) 핵공감

갑작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된 셋이었다. 이 때 2학년 E반의 이슬비가 같은 교정 내에 있는 초등학교 6학년 미스틸테인을 챙겨서 C반 교실로 들어왔다.

- 어? 나타형 여기 계시네요?
- 뭐야 꼬맹이.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
- ...우웅... 형 저 미워요?
- (심쿠궁) ...크흠,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고 했을텐데
- 나타, 테인이한테 너무 뭐라하지 말아줘. 지금 점심시간이야. 급식실로 이동해서 점심 먹자.
- 안 먹어.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맛 없어
= (슬비, 테인) 핵공감

왠지 모르게 교실 안의 다섯명이 같은 공감대를 가지게 되었다. 잠깐의 정적이 지나던 사이, 유리가 결심을 굳힌 듯 나타의 손목을 붙잡아 끌었다.

- 뭐, 뭐야? 이 고깃덩어리가?!
- 자, 자! 그만 심각하자구. 급식실 밥 맛 없는거 다들 알았으면 대신 뭐라도 먹어야하지 않겠어? 매점 가자! 그래도 여기 나타가 온지 이틀째 되는 날인데, 어제는 경황이 없어서 서로 같이 한 것도 없잖아? 빨리 가자구!
- ...어, 어 그래. 매점이라도 가자. 나타, 오케이?
- 그래요 형! 정 맘에 안 들면 매점도 좋죠!
- ...짜증나니깐 그만 좀 해! 귀찮다니깐 그러네...
- 아무리 귀찮다고 점심을 거르고 넘어갈 수는 없는거잖아. 이왕 유리가 결심한 김에 다같이 매점에 가는 걸로 결정하자.
- 좋았어! 역시 우리 리더답게 단결이 빠르다니깐!
= (세하, 슬비) 어이... 그거 결단이라고 하는거 아냐?

점심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 사이 세하는 나타의 동향을 힐끗힐끗 보고 있었는데, 확실히 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분명 먼저 날아왔어도 날아왔어야할 짜증 섞인 공격이 아닌, 그저 귀찮다는 식의 말대꾸 정도만 하고 있었고, 유리가 팔을 잡아당기는 상황에도 그렇게까지 저항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 진짜... 좀 다르려는걸까?

온갖 나타에 대한 의문을 안고 세하는 검은양 멤버들(+나타)과 매점을 방문했다. 원칙적으로 초등학생들은 매점 이용을 못 하게 교내에서 규제하고 있었지만, 미스틸테인은 독일에서 온 탓에 급식실에서의 식사가 입맛에 잘 안 맞는 경향도 있어서 눈감아주고 있었다.

- 어? 이거 우리 아니에요 누나?
- 음... 그러네? 저번에 얘기했던게 이건가보구나. 검은양팀 전원을 모델로 해서 만든다고 했던게 이거였...던건가?

매점에 가보니 신제품이라고 나온 빵들이 있었다. 얼마 전 검은양 멤버들을 모두 불러모아서 스튜디오에 데려다가 모델로 찍어서 내겠다고 하던 상품인가보다. 그 때는 다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찍었던 사진들이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호기심이 들면서도 서로 민망한 모양이다.

- 이게 뭐야, 왜 내가 모델인 빵은 게임기랑 똑같이 생겼어? 이거 너무한거 아냐?
- 슬비 너는 머리색 따라서 딸기맛 미니크림빵이구, 나는... 뭐야? 그냥 왕찐빵같이 생겼는데 이거?
= (슬비, 빠직)
- 그건 그렇고... 제이 아저씨꺼는... 빵마저 왜 이렇게 음산하냐?
- 세하형! 이거 왠지 모양부터가 못 먹을 것 같아요...
- 그... 그래, 일단 이거는 다음에 한 번 먹어보는걸로 하자... 나타, 너도 뭐 먹을래?
- ......(부스럭)

여전히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나타는 게임기 모양의 이세하 모델 빵을 하나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계산대에서 혼자 계산을 하고는 매점 구석 원탁에 앉는 것이다. 이제 막 학교에 오기 시작하면서 주변의 시선이 거슬리고 신경쓰인다는 행동이 역력했다. 뭔가 답답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세하와 검은양 멤버들은 빵과 우유를 하나씩 사들고 나타가 있는 원탁으로 향했다.

- ...에이, 나타! 그렇게 혼자서 허겁지겁 사서 들고 가면 어떡해. 같이 먹기로 했으면 같이 사야지. 안 그래?
- 음... 굳이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유리야. 그래도 같이 앉아서 먹으면 괜찮은거지 안 그래?
- 나타 형도 초콜릿 좋아하시나보다! 저도 그 빵 샀는데.
- 음... 이 빵 딸기 맛이 뭔가 심심한데... 뭔가 빠진 기분이야.
- ...(우물우물)

평소같으면 서로 웃고 떠들고 있을 검은양팀이었지만, 나타가 끼어들어오면서 원탁에 잠깐의 대화 후 깊은 정적이 자리했다. 그렇게 서로 빵을 몇 입 먹던 중. 나타가 빵을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모두 놀라서 나타를 보고 있는데, 일어나 세하를 쳐다보고 있는 나타의 얼굴에 분노가 뒤섞인 듯한 짜증스러운 표정(그러니까 평소에 볼 수 있었던 표정보다 더 강한 짜증이 묻어나는)이 가득했다. 그리고는

- 워억?

갑자기 세하의 입에 게임기 빵을 쑤셔넣고는 열린 창문을 통해 사이킥 무브로 교실로 향하는 나타였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멤버들이 모두 C반 교실로 급히 뛰어들어갔지만, 이미 나타는 자기의 짐을 모두 챙겨 학교를 빠져나간 상황이었다.

따가운 햇살이 비추는 교실, 창문 밑 벽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 짙게 눈에 띈다.

- 3화에서


Posted by SamM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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